빼돌린 재산을 되찾았는데 상속재산 파산이 선고됐다면 — 사해행위 취소와 파산재단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면, 채권자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으로 그 재산을 채무자 명의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어렵게 되찾은 재산이니 "내가 먼저 강제집행해서 받아 내면 되겠지" 싶지만, 그 사이 채무자가 사망하고 상속재산에 파산이 선고되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되찾은 재산을 나 혼자 가져갈 수 있을까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먼저 — 사해행위 취소로 되찾은 재산의 지위
사해행위 취소로 원상회복된 재산은 취소채권자와, 민법 제407조에 따라 그 취소·원상회복의 효력이 미치는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취급됩니다. 다만 사해행위 이후에 채권을 취득한 채권자는 민법 제407조의 효력을 받는 채권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평상시라면, 사해행위 후에 생긴 채권을 가진 사람은 그 되찾은 재산에서 배당받을 지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파산이 선고되면 — 공동담보가 된다
채무자에 파산이 선고되면 국면이 달라집니다. 파산선고가 있으면 채권자의 개별적인 권리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채무자회생법 제424조), 파산선고 전에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한 강제집행 등은 파산재단에 대하여 효력을 잃으며(같은 법 제348조),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하여 배당하는 집단적·포괄적 절차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개별 채권자가 사해행위 취소로 원상회복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라도 채무자에 파산이 선고되면 그 재산은 파산절차의 총채권자를 위한 공동담보인 파산재단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해행위로 빠져나간 재산이 원상회복되었더라도, 그 재산에 대한 취소채권자 등의 개별 강제집행이 끝나기 전에 채무자에게 파산이 선고되었다면, 사해행위 이후에 채권을 취득한 채권자도 파산재단에 속한 그 재산에 대하여 파산절차에 따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원고는 채무자에 대한 대여금 채권자였고, 피고(대한민국)는 채무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채권자였습니다. 채무자가 자기 소유 토지를 제3자에게 넘긴 것(사해행위)에 대해 과세관청은 그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사해행위 취소·원상회복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시켜 토지를 채무자 측으로 되돌린 뒤 강제경매를 신청했는데, 그 사이 채무자가 사망하고 상속인의 신청으로 상속재산 파산이 선고되었습니다. 경매절차는 파산관재인의 요청으로 속행되어 매각대금 전부가 파산관재인에게 교부되었고, 파산관재인은 국가의 양도소득세 등 재단채권을 먼저 변제한 뒤 나머지를 원고 등에게 안분했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는 사해행위 이후 채권을 취득한 채권자라 배당받을 권리가 없다"며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사해행위 취소·원상회복 후 강제경매가 끝나기 전에 상속재산 파산이 선고되어 파산관재인의 요청으로 경매가 속행된 이상 그 매각대금은 파산재단에 속한 재산의 환가대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국가의 양도소득세 채권은 사해행위 이후 성립했더라도 파산선고 전에 이미 발생한 조세채권으로서 재단채권(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476조에 따라 환가대금 배당에서 원고의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실무에서 무엇을 의미하나
채권자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사해행위 취소로 재산을 되찾아 "이제 내가 먼저 집행하면 된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 강제집행을 끝내기 전에 채무자(또는 상속재산)에 파산이 선고되면, 되찾은 재산은 나만의 담보가 아니라 모든 채권자의 공동담보(파산재단)가 되고, 세금 같은 재단채권이 일반 채권보다 먼저 변제됩니다. 그러므로 회수를 서두를 일이지, 파산이 끼어들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상속인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의 재산보다 빚이 많을 수 있다면, 한정승인뿐 아니라 상속재산 파산도 정리 수단이 됩니다. 사해행위·강제집행·파산이 얽히면 누가 무엇을 먼저 받는지가 까다로워지므로, 채권자든 상속인이든 초기에 짚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사해행위 취소로 빼돌린 재산을 되찾으면 제가 그 재산에서 먼저 변제받나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취소로 원상회복된 재산은 취소채권자와 민법 제407조에 따라 그 효력이 미치는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취급됩니다. 다만 사해행위 이후에 채권을 취득한 채권자는 그 효력을 받는 채권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파산이 선고되면 사정이 또 달라집니다.
재산을 되찾은 뒤 채무자가 파산하면 그 재산은 어떻게 되나요?
대법원은 사해행위 취소로 원상회복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라도 채무자에 파산이 선고되면 총채권자를 위한 공동담보인 파산재단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다210073). 파산선고 전의 개별 강제집행은 파산재단에 대하여 효력을 잃고(채무자회생법 제348조), 파산관재인이 공정하게 환가·배당합니다. 개별 채권자가 독차지할 수 없습니다.
세금 채권이 제 채권보다 먼저 변제되나요?
파산선고 전에 이미 발생한 조세채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하여(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됩니다(같은 법 제476조). 이 사건에서도 국가의 양도소득세 채권이 사해행위 이후 성립했더라도 파산선고 전 발생한 조세채권으로서 재단채권이 되어, 원고(일반 파산채권자)보다 우선 변제되었습니다.
상속재산이 빚보다 많을지 불확실하면 어떻게 하나요?
상속재산으로 채무를 다 갚기 어려운 경우 상속재산 파산이나 한정승인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 입장인지 상속인 입장인지에 따라 전략이 크게 달라지고, 사해행위 취소·강제집행·파산이 얽히면 우선순위가 복잡해지므로 초기에 검토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되찾은 재산, 파산이 끼어들기 전에 전략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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