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을 줬다고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 — 위탁자의 사용자책임

본 글은 대법원 판례속보(대법원 2026. 5. 29. 선고 중요판결, 사건번호 2025다219520 손해배상)를 바탕으로 정리한 판례 평석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정작 사고를 낸 사람은 배상할 자력이 없는데, 그 사람을 실제로 부린 회사나 기관은 "우리는 위탁(또는 하청)을 줬을 뿐, 그 직원은 우리 사람이 아니다"라며 발을 빼는 경우입니다. 이때 위탁자·원청에게는 정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까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경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핵심은 계약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지휘·감독했는가입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한 지방자치단체가 '다함께돌봄센터'를 설치한 뒤 그 운영을 민간단체에 위탁했습니다. 그런데 그 민간단체에 고용된 돌봄교사가 업무 중 불법행위를 저질러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를 본 측은 직접 가해자인 돌봄교사뿐 아니라, 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을 위탁한 지방자치단체에게도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위탁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논리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탁관계라도 '실질적 지휘·감독' 관계면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은 다른 사람을 사용하여 어떤 일에 종사하게 한 사람이, 그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여기서 '사용관계'는 반드시 고용계약이 있어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있으면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위탁계약을 통하여 수탁자(민간단체) 및 그 피용자(돌봄교사)를 위탁자의 사무에 종사하게 하였고, 위탁자가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여야 할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수탁자뿐만 아니라 수탁자의 피용자와 위탁자 사이에서도 민법 제756조의 사용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위탁을 줬다'는 형식만으로 위탁자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무엇을 의미하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책임을 물을 상대가 직접 가해자 한 사람으로 좁혀지지 않습니다. 사고를 낸 사람이 위탁업체·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탁자·원청이 당연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위탁자가 그 업무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해야 할 관계였다면 위탁자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직접 가해자가 무자력인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실제 회수 가능성을 넓혀 주는 판단입니다.

반대로 사업을 위탁하거나 운영을 맡기는 쪽에서는 유의해야 합니다. 운영을 외부에 맡겼더라도 그 업무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사무이고 자신이 지휘·감독해야 할 관계라면, 위탁업체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탁·도급의 형식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위탁·도급에서 위탁자가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급의 경우 도급인은 원칙적으로 수급인의 불법행위에 책임지지 않습니다(민법 제757조). 위탁자·도급인의 책임은 '실질적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될 때 비로소 문제 되므로,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운영의 실질이 결론을 가릅니다.

자주 받는 질문

사고를 낸 사람이 위탁(하청)업체 직원인데, 위탁자(원청)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할 수 있습니다. 위탁자가 위탁계약을 통하여 수탁자와 그 직원을 자신의 사무에 종사하게 하고,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여야 할 관계에 있었다면, 위탁자와 수탁자의 직원 사이에도 민법 제756조의 사용관계가 인정되어 위탁자가 사용자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5다219520).

도급을 주면 도급인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원칙적으로 도급인은 수급인이 일을 하면서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책임이 없습니다(민법 제757조). 다만 도급인이 일의 진행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약의 명칭이 '도급'인지 '위탁'인지가 아니라, 실제로 지휘·감독이 있었는지가 기준입니다.

'실질적 지휘·감독 관계'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누가 업무의 내용과 방식을 정하고 통제했는지, 그 일이 실질적으로 누구의 사무였는지, 지시·보수 체계가 어떠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계약서에 적힌 명칭보다 실제 운영의 실질이 중요합니다.

피해를 입었는데 누구를 상대로 청구해야 하나요?

직접 가해자(피용자)와 함께, 그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위탁자·사용자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상 자력이 있는 상대를 포함시키는 것이 실제 회수에 유리하므로, 위탁·도급·고용 관계의 실질을 보여 주는 계약서·업무 지시 자료 등을 정리하여 검토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고를 낸 사람만이 배상 상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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