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지은 무허가 건물, 임대차가 끝나면 철거뿐일까 — 토지 임차인의 건물매수청구권
남의 땅을 빌려 그 위에 건물을 지어 쓰다가, 토지 임대차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흔히 "임대차가 끝났으니 건물을 헐고 땅을 비워 줘야 한다"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토지를 빌려 건물을 지은 임차인을 일정 부분 보호합니다. 임대차가 끝나도 건물이 멀쩡히 서 있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건물을 사 가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보호가 무허가건물에도, 또 그 건물을 종전 임차인에게서 사들여 쓰는 사람에게도 미칠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상물매수청구권이란
건물 등의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 임대차에서, 임대차 기간이 끝났는데 건물이 현존하면 임차인은 먼저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고, 임대인이 갱신을 원치 않으면 임대인에게 그 건물을 시가로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43조, 제283조). 이것이 지상물매수청구권(건물매수청구권)입니다. 임차인이 들인 건물의 가치를 헛되이 잃지 않도록, 사회·경제적 효용을 지키려는 취지입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토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무허가 증축 사실을 알면서도 약 8년 동안 임대차를 유지하며 차임을 받아 오다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그러자 임대인은 건물 철거 등을 구했고(본소), 임차인은 그 건물에 대한 매수대금을 구하며 매수청구권을 주장했습니다(반소). 쟁점은 ① 무허가건물도 토지 임차인의 건물매수청구권 대상이 되는지, ②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미등기 무허가건물을 매수해 점유하는 임차인도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1. 무허가건물도 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무허가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토지 임차인의 건물매수청구권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한정 적극). 건물이 현존하고 토지 임대차가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행정상 허가를 받지 못한 건물이라도 민법 제643조의 매수청구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정 적극'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모든 무허가건물에 무제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구체적 사정에 따른 판단이 필요합니다.
2. 종전 임차인에게서 미등기 무허가건물을 사들인 임차인도 원칙적으로 가능
나아가 대법원은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임대차에서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미등기 무허가건물을 매수하여 점유하고 있는 임차인도 임대인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등기가 없는 무허가건물을 승계해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 보호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와 달리 본 원심 판단을 일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실무에서 무엇을 의미하나
토지를 빌려 건물을 지었거나, 남의 땅 위 건물을 사들여 영업·거주해 온 임차인에게 의미 있는 판단입니다. 임대차가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건물을 헐고 나가라"는 요구에 그대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이 현존한다면, 무허가·미등기라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에게 건물을 시가에 사 가라고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임대인이 무허가 증축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임대차를 유지하며 차임을 받아 왔다면, 그러한 사정은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수청구권은 요건과 행사 시기가 까다롭고, 갱신청구를 먼저 거쳐야 하는지, 어느 시점에 어떻게 행사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무조건 철거를 관철하기보다 매수청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토지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있다면 —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 미리 검토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남의 땅을 빌려 건물을 지었는데, 임대차가 끝나면 건물을 철거해야 하나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한 토지 임대차가 종료될 때 건물이 현존한다면, 토지 임차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임대인에게 '그 건물을 사 가라'고 청구하는 지상물매수청구권(건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43조, 제283조). 곧바로 철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허가 건물이어도 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되나요?
대법원은 무허가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수청구권의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다220998, 한정 적극). 건물의 현존과 토지 임대차의 목적 등 요건을 갖추면 무허가건물도 토지 임차인의 건물매수청구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무제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구체적 사정을 따져야 합니다.
종전 임차인에게서 미등기 무허가건물을 사서 점유 중인데, 저도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대법원은 건물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임대차에서,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미등기 무허가건물을 매수하여 점유하고 있는 임차인도 임대인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다220998).
임대인이 무허가 증축을 알면서도 오래 임대차를 유지했다면 어떤가요?
이 사건은 토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무허가 증축 사실을 알면서도 약 8년간 임대차를 유지하며 차임을 받아 오다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한 사정을 포함해 무허가건물의 매수청구권 대상성 등을 다루며 원심 판단을 일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임대인이 위반을 알면서 장기간 묵인·수익해 온 사정은 임차인에게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으나, 결론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토지 임대차 종료, 철거와 매수청구 사이를 짚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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