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모신 자녀의 증여, 형제의 유류분에서 지킬 수 있을까 — 기여분과 유류분

본 글은 대법원 판례속보(대법원 2026. 5. 29. 선고 중요판결, 사건번호 2024다208261 유류분반환)를 바탕으로 정리한 판례 평석입니다.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사연을 자주 만납니다. 형제 중 한 사람이 오랜 세월 부모를 곁에서 모시고 병간호를 했고, 그 고마움에 부모가 생전에 그 자녀에게 재산 일부를 미리 증여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돌아가신 뒤, 부모를 모시지 않았던 다른 형제가 "그 증여도 결국 상속재산이니, 내 유류분만큼 돌려달라"며 청구해 오는 경우입니다.

모신 자녀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성껏 부양한 대가로 받은 것을, 부양하지 않은 형제에게 도로 내어주어야 한다면 부모의 뜻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아 보입니다. 이 오래된 불합리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입니다.

종전 제도의 빈틈 — 기여분이 유류분에 닿지 못했다

구 민법 제1118조는 유류분을 계산할 때 대습상속(제1001조·제1010조)과 특별수익(제1008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만 정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는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부모를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자녀가 그 보상으로 증여를 받았더라도, 유류분을 따질 때에는 그 증여가 그대로 특별수익으로 산입되어 다른 형제에게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 4. 25. 선고 2020헌가4 등 결정에서, 구법 조항이 기여분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것은 기여한 상속인에게 부당한 결과를 강요하고 피상속인의 의사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아 헌법불합치를 선언하였습니다. 다만 곧바로 효력을 없애지는 않고,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구법을 계속 적용하도록 정했습니다.

그에 따라 2026. 3. 17. 법률 제21454호로 민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핵심은 제1008조 단서의 신설입니다.

구분종전(구 민법)개정(2026. 3. 17. 법률 제21454호)
기여분의 유류분 준용준용 규정 없음 (제1008조의2 제외)제1008조 단서 신설 — 보상적 증여·유증을 특별수익에서 제외, 제1118조를 통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도 제외
특별히 기여한 자녀가 받은 보상 증여특별수익으로 유류분 산정에 산입 → 비기여 형제에게 반환될 여지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유류분 산정에서 제외
적용 시점부칙 제2조 — 2024. 4. 25.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 적용(소급)

여기서 '보상적 증여'란, 개정 조문의 표현을 빌리면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행하여진 때"를 말합니다. 단순한 동거나 통상의 부양만으로는 부족하고, '특별한' 부양·기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두 가지 쟁점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두 가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첫째, 헌법불합치결정의 '계속 적용'은 기여분 부분에까지 미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확인하면서도 일정 시한까지 구법을 계속 적용하도록 한 것은, 유류분 제도를 운영할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여한 상속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취지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구법 조항 가운데 '기여분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부분'은 계속 적용의 대상이 아니라 적용중지 상태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은 재판 중이던 사건에 소급 적용된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와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적어도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이던 사건에는 그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비록 민법 부칙의 경과조치가 정한 적용 범위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러한 사건에는 구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신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누나(원고)가 남동생(피고)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고, 피고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봉양하며 지출한 1억 원이 넘는 돈을 유류분 산정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다투었습니다. 원심은 구법을 전제로 피고가 받은 토지 등을 모두 특별수익으로 산입하고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이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재판에 계속 중이던 사건에 해당하므로 신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실무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부모를 특별히 모신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막혀 있던 길이 열린 셈입니다. 특별한 부양·기여의 보상으로 받은 증여라면, 그 부분을 유류분 산정에서 덜어낼 여지가 생겼습니다. 다만 이는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기여'와 '보상으로 받은 증여'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통상의 효도와 구별되는 특별한 사정, 그리고 증여가 그 보상이었다는 정황을 자료로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반대로 유류분을 청구하는 형제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받은 증여가 정말 '기여에 대한 보상'인지, 그 범위가 적정한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모든 생전 증여가 유류분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특별한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시점입니다. 2024. 4. 25. 이후 개시된 상속이라면 개정법이 직접 적용되고, 그 이전에 개시된 상속이라도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면 신법이 소급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유류분 소송이 진행 중인 분이라면, 자신의 사건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부터 짚어 보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유류분과 기여분, 특별수익은 서로 맞물려 결론을 바꾸는 쟁점입니다. 관련해서 유류분 청구와 계산법, 특별수익과 상속분 정산, 상속재산 분할협의 가이드를 함께 보시면 전체 그림을 잡으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유류분 다툼은 시점과 입증이 결론을 가릅니다

부모를 모신 자녀이든, 정당한 몫을 찾으려는 상속인이든, 사건마다 적용 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상속 개시 시점과 사실관계부터 직접 짚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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