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땅이 나중에 비싸게 팔리면, 상속세를 더 내야 할까 — 매매가액과 시가 평가
상속세 상담에서 자주 마주치는 억울함이 있습니다. "상속받을 때는 공시지가로 신고해서 상속세를 냈는데, 한참 뒤 그 부동산을 팔았더니 세무서가 '그 판 값이 진짜 시가'라며 상속세를 더 물렸다." 상속받은 시점과 판 시점 사이에는 보통 시간이 흐르고, 그동안 값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나중에 팔린 값을 상속 당시의 '시가'로 보아 세금을 더 매기는 것이 늘 정당할까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한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상속재산은 '상속개시일의 시가'로 평가한다
상속세는 상속재산의 가액을 기준으로 매기는데, 그 가액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로 평가합니다. 시가를 알기 어려울 때는 개별공시지가 같은 보충적 평가방법을 쓰고, 반대로 평가기준일 전후 일정 기간에 있었던 매매가액 등은 '시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는,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는 기간의 매매가액이라도 일정 요건 아래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요건의 하나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을 들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었나
피상속인이 2019년 10월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었고, 상속인들은 2020년 4월 상속받은 토지를 개별공시지가로 평가하여 상속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상속인들은 2020년 9월과 2021년 1월에 그 토지를 각각 절반씩, 합계 약 29억 4,000만 원에 매도했습니다. 그러자 과세관청은 2022년 2월 이 매매가액을 토지의 '시가'로 보아 상속세를 다시 결정·고지했습니다. 상속인들은 상속개시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으므로 그 매매가액을 시가로 삼을 수 없다며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1.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변동'도 고려한다
대법원은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을 판단하는 요소의 하나로 '시간의 경과'를 명시하고 있는 점, 그리고 평가기간 밖의 매매가액까지 일정 요건에서 시가로 인정하려는 입법 취지를 들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변동도 '특별한 사정'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그 매매가액이 '상속개시일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는지가 기준
핵심 기준은, 그 매매가액이 평가기준일(상속개시일) 당시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가입니다. 대법원은 ① 토지의 분할·합병, 지목·형질 변경, 건축물의 신축·철거 등 법적·물리적 상태의 변화, ② 용도지역·공법상 제한의 설정·해제 등 규제 환경의 변화, ③ 지역 환경의 변화는 물론, ④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의 시간적 간격과 그 기간의 공시가격 누적 변동폭 등을 종합하여, 평가기준일 시점에 그 매매가액으로 거래가 성립되리라 기대하기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평가기준일과 매매 사이에 가액에 유의미한 변동이 있었다면, 그 매매가액은 상속개시일의 시가로 삼을 수 없습니다.
3.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
나아가 대법원은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과세관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따라서 그 매매가액을 기초로 한 상속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으며,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실무에서 무엇을 의미하나
상속세를 둘러싼 분쟁에서 납세자에게 의미 있는 판단입니다. 상속 당시 공시지가로 신고했더라도, 한참 뒤의 매매가액을 끌어와 "이게 진짜 시가였다"며 세금을 더 매기려면, 그 매매가액이 상속개시일 시점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 사이 시간이 흐르고 값이 올랐다면, 그 변동은 납세자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매매가를 상속 당시 시가로 보기 어렵다'는 근거가 됩니다. 게다가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증명의 부담은 과세관청에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세를 더 내라는 고지를 받았다면, 우선 그 근거가 된 '시가'가 무엇이고 그것이 상속개시일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했는지부터 따져 볼 일입니다. 평가기준일과 매매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 공시가격 변동 추이, 지역·규제 환경의 변화 등을 정리하면 부과처분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조세 불복에는 기한이 있으므로, 고지서를 받으면 빨리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상속세를 공시지가로 신고했는데, 나중에 그 부동산이 비싸게 팔리면 세금을 더 내야 하나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평가기준일) 당시의 시가로 평가하는데, 평가기준일과 이후 매매계약일 사이에 시간이 흐르며 값이 오른 사정이 있다면 그 매매가액을 곧바로 상속개시일의 시가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5두30615). 그 매매가액이 평가기준일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은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대법원은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사후 매매가액을 상속개시일의 시가로 삼아 세금을 부과하려는 과세관청 측에 증명의 부담이 있습니다.
어떤 사정을 '가격변동'으로 고려하나요?
토지의 분할·합병, 지목·형질 변경, 건축물의 신축·철거 등 대상 부동산의 법적·물리적 상태 변화, 용도지역·공법상 제한 등 규제 환경의 변화, 지역 환경의 변화는 물론,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사이의 시간적 간격과 그 기간의 공시가격 누적 변동폭 등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변동'도 고려 대상이 됩니다.
상속세를 더 내라는 고지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고지의 근거가 된 '시가'가 무엇인지, 그것이 상속개시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평가기준일과 매매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가격변동 자료를 정리해 다투면 부과처분의 위법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불복에는 기한이 있으므로(이의신청·심사·심판청구 등) 고지서를 받으면 빨리 검토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속세 부과, '시가'가 정말 맞는지부터 따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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