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 무엇이 강제추행이고, 폭행·협박의 의미는 어떻게 바뀌었나
강제추행은 성범죄 가운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죄명입니다. 그런데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그 핵심 요건인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면서, 성립 범위에 관한 오랜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피해를 겪으신 분에게도, 조사를 앞둔 분에게도 지금의 기준을 정확히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핵심을 정리합니다.
강제추행이란 — 형법 제298조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성립에 필요한 요소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단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이고, 다른 하나는 그 내용인 추행입니다.
여기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등). 어떤 행위가 추행인지는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행위자와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구체적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바뀐 기준 —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2023년 전원합의체)
종래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폭행 또는 협박'을 두 유형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인 기습추행형과, 폭행·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폭행·협박 선행형입니다. 그리고 선행형에서는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폭행 또는 협박', 즉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항거곤란'을 요구하던 종래의 법리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배치되는 종전 판결들(대법원 2011도8805 등)은 변경되었습니다.
요컨대, 이제는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또는 그 방법으로 추행이 이루어졌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고, 피해자가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 항거가 실제로 곤란했는지를 별도로 따지지 않습니다.
기습추행 — 갑자기 만진 경우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는, 이전부터도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것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으면 그 힘의 크고 작음을 불문한다고 보아 왔습니다(대법원 1983. 6. 28. 선고 83도399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예고 없이 신체를 만지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행형의 기준까지 완화되면서, 강제추행의 '폭행 또는 협박'은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이해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준강제추행과 미수 — 제299조·제300조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경우에는 준강제추행이 되어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형법 제299조). 술에 취해 잠들었거나 의식이 흐린 상태를 이용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은 미수범도 처벌됩니다(제300조).
친고죄 폐지 —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거 성범죄에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규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형법 개정으로 관련 규정(제306조)이 삭제되었고, 이는 2013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취소되더라도, 또는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처벌을 면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피해 회복과 진지한 합의는 양형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지만, '합의하면 사건이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중처벌 — 사안에 따라 형이 크게 달라진다
강제추행은 사안에 따라 특별법으로 훨씬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친족관계인 사람에 의한 경우, 13세 미만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경우, 흉기를 휴대하거나 두 명 이상이 합동한 경우 등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법정형이 대폭 상향됩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됩니다. 또한 유죄가 인정되면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공무원 결격 등 부수적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어, 죄명과 적용 법률을 정확히 가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나
피해를 입으셨다면, 행위의 시점·경위·구체적 태양을 정리하고 문자·메신저·CCTV·목격자 등 자료를 시점별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 초기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므로, 진술 전에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를 앞두신 입장이라면, 문제 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폭행·협박이나 심신상실·항거불능 이용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는지, 그리고 어떤 특별법이 적용되어 법정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친고죄가 폐지된 이상 합의만으로 종결되지 않으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가리는 일과 양형 사정을 어떻게 갖출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조사에서의 진술은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초기 단계부터 방향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강제추행이 되려면 세게 때리거나 협박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폭행·협박이 앞서는 유형에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강한 폭행·협박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나, 지금은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정도, 즉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 고지이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항거가 곤란할 정도의 강한 힘까지는 요구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만진 경우(기습추행)도 강제추행인가요?
그렇습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으면 그 힘의 크고 작음을 불문하고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예고 없이 신체를 만지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합의하면 강제추행은 처벌받지 않나요?
합의만으로 사건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과거 성범죄에 있던 친고죄 규정(고소가 있어야 처벌)은 2012년 형법 개정으로 삭제되어 2013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따라서 고소가 없거나 취소되어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합의는 양형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술에 취해 잠든 사람을 만진 경우는 어떤 죄인가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추행한 경우는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으로, 강제추행과 같은 형(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했다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강제추행 — 죄명과 요건을 먼저 정확히 가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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